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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향기

조류독감은 ‘인간독감’이 될 것인가?



조류독감이라는, 예전에는 별로 들어보지 못한 생소한 이름의 전염병이 작년에 이어 금년에도 우리나라를 비롯한 지구촌 곳곳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세칭 조류독감이라 불리는 가축 전염병의 정확한 병명은 가금(家禽) 인플루엔자로서, 닭, 오리, 칠면조, 야생조류 등 여러 조류에서 감염되는 질병이다. 

조류독감을 일으키는 병원체는 바이러스(virus)의 일종으로서 전파가 빠르고 병원성이 다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처음에는 조류에만 급성 전염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인 줄로 알았으나, 지난 1997년 조류독감 바이러스의 변종에 감염되어 사망한 희생자가 홍콩에서 발생한 이후로 이 바이러스가 조류의 배설물 등을 통하여 사람에게도 감염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작년에 이어 금년에도 중국과 태국,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에서 조류독감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인간 감염사례와 사망자도 속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영국, 스웨덴, 러시아 등 유럽에서도 조류독감이 발견되고 중동, 아프리카, 미주 지역에까지 확산이 우려되는 등, 바야흐로 전 세계가 조류독감의 공포에 휩싸이고 있다. 최근에 갑자기 번지기 시작한 조류독감이 어디로부터 왔는지 아직 확실하게 밝혀진 것은 없다. 다만 주로 겨울철에 발생하는 것으로 보아서 청둥오리 등의 겨울 철새들이 바이러스를 옮겨오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조류독감 바이러스의 여러 변종 중에서도 현재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H5N1’으로, 조류 뿐만 아니라 이미 인간에도 감염되어 수십 명의 사망자를 낸 바 있다. 그러나 더욱 무서운 것은, 이 바이러스가 다시 변이를 일으켜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도 전염이 가능한 ‘인간독감’으로 발전하는 경우이다. 다행히 아직은 현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인간들 사이에서도 전염된다는 확증은 없으나, 결국 인간독감으로 변이되는 것은 시간 문제일 것으로 많은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특히 현재 인간에게 유행하는 독감과 조류 독감에 동시에 감염되는 환자가 발생할 경우 두 종류의 바이러스가 유전자 교환 등을 통하여 변이를 일으킬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만약 조류독감의 인체 간 감염이 이루어질 경우에는 순식간에 수백만 명 이상이 사망하는 등 그 피해는 추정하기도 힘들 것으로 보인다. 



최근 들어 관련 당국과 과학자들이 더욱 긴장하고 있는 이유는, 지난 1918년에 세계적으로 유행하여 엄청난 피해를 발생시킨, 이른바 ‘스페인 독감’과 조류 독감의 관계 때문이다.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인 1918년에서 1919년 사이에 주로 참전 군인들에 의해 전염된 스페인 독감은 전쟁으로 인한 사망자보다 더 많은 인명 피해를 낸, 인류 역사상 최악의 전염병이다. 전 세계 인구의 5분의 1 정도가 감염되고 전체 사망자 수만 최소 2천 5백만 명에서 5천만 명까지로 추산되므로, 중세 이후로 가끔씩 유럽 전역을 황폐화시킨 흑사병(페스트)보다도 더 많은 희생자를 기록하는 악명을 떨친 셈이다. 



이러한 스페인 독감은 그동안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고 조류로부터 발생했을지도 모른다는 추정만 제기됐었는데, 최근에 이를 연구한 과학자들이 충격적인 사실을 밝혀냈다. 즉 미국의 연구팀이 1918년에 스페인 독감으로 사망하여 알래스카에 묻힌 한 사망자의 폐에서 독감 바이러스를 채취하여 재생시키는 데 성공했는데, 이 독감의 바이러스인 H1N1이 지금의 조류독감과 같은 종류라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이 연구 결과는 저명 과학저널인 ‘네이처’, ‘사이언스’에도 논문으로 발표되었는데, 스페인 독감의 H1N1 바이러스는 인체에 치명적인 변종 아미노산들을 현 조류독감 바이러스인 H5N1과 일부 공유하고 있으며, 따라서 지난 스페인 독감은 ‘사람 간에 전염이 가능한 조류독감의 일종’이나 마찬가지였다는 결론이다. 



조류독감의 가공할 위험성이 갈수록 다가오는 마당에,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 방역 당국은 비상이 걸리게 되었으며, 일반 대중들이 느끼는 불안과 공포 역시 더할 수 밖에 없을 듯하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지나친 흥분이나 막연한 불안감의 유포는 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며, 더욱 냉정하고 침착하게 대응해야 할 것이다. 

즉 정부 당국은 과거에 비슷한 사안 등에서 되풀이되었듯이 국민을 안심시킨다는 명목으로 무조건 은폐하거나 축소시키기에 급급할 것이 아니라, 관련 정보들을 투명하게 공개하여 국민적 이해와 협조를 구하고, 백신의 확보 및 여러 대응책 마련 등에서 국제적인 공조와 협력을 이룰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또한 일반 대중들 역시 관련 축산제품을 무조건 멀리하는 등 지나치게 즉흥적이고 감정적으로 대응할 것이 아니라, 보다 정확한 지식을 알고서 현명하게 대응해야 할 것이다. 

이번의 조류 독감 사건은 우리의 방역 능력과 아울러 국가적 ‘위험 커뮤니케이션’ 및 관리 능력을 시험하는 시금석이 될지도 모른다. (글 : 최성우 한국과학기술인연합 운영위원) 





조류독감에 대한 오해와 진실 



1. 통닭이나 오리고기는 절대 안심할 수 없다? 

조류독감은 바이러스성 질병이기 때문에 공기 접촉이나 호흡기를 통한 접촉 등을 통해 전염될 수는 있지만 음식을 섭취해서 감염되지는 않는다. 또 바이러스는 열에 약해 75℃ 이상의 온도에서 30초 이상 가열하면 100% 죽는다. 따라서 통닭이나 오리고기를 먹는다고 전염되지는 않는다. 



2. 생닭, 육회는 안전하지 않다? 

조류독감 바이러스는 고기 자체에는 없으며 변이나 분비물 등에만 존재한다. 

또 조류독감은 공기 접촉이나 호흡기를 통해 전염되는 질병이기 때문에 이미 죽은 닭, 오리에서 공기전염이 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3. 병든 닭을 먹으면 감염된다? 

조류독감에 걸린 닭은 3일 이내에 죽는다. 조류독감은 호흡기나 공기 전염을 통해서만 감염되고 음식으로는 감염이 되지 않는다. 



4. 조류독감으로 죽은 닭, 오리 고기로 만든 요리를 식당에서 팔 수 있다? 

조류독감으로 죽은 닭, 오리는 털을 뽑을 수 없을 만큼 경직되며 털을 뽑는다 해도 살색이 붉어져 상품성이 없다. 또 감염된 닭은 도살처리되며 정식 인증을 받은 도계장에서만 잡기 때문에 안전하다. 



5. 계란을 먹는 것도 위험하다? 

조류독감에 걸린 닭은 알을 낳지 못한다. 또 조류독감 바이러스는 알에 전혀 없다. 설령 껍질에 바이러스가 묻어 있다 하더라도 판매전에 세척과 소독을 하는 과정에서 없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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