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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향기

짝퉁의류 꼼짝마라-위조방지용 나노섬유



나노섬유는 피부처럼 매끄럽고 종이보다 얇고 가벼우며 땀을 숨 쉬듯 배출하면서도 박테리아 같은 외부 물질은 전혀 받아들이지 않는다. 

지금 세계는 나노섬유(nanofiber) 개발 열풍이 불고 있다. 지름이 수십에서 수백 나노미터(1나노미터=10억분의 1m)에 불과한 이 초극세(超極細)실은 꿈의 섬유로 통하기 때문이다. 참고로 사람의 머리카락은 약 80,000 나노미터, 종이 한 장의 두께는 약 100,000 나노미터 정도다. 



나노섬유는 부피에 비해 표면적이 엄청나기 때문에 필터용으로 쓰면 탁월한 여과효과를 볼 수 있다. 전기 전도성을 지닌 고분자를 나노섬유로 제조해 유리에 코팅하면 햇빛의 양을 감지해 창문의 색을 변하게 하는 ‘스마트 창문’도 가능하다. 전도성 나노섬유는 또 리튬이온 전지(휴대폰 배터리 등에 일반적으로 쓰는 전지)의 전해질로 사용할 경우, 전해액의 누출을 막으면서도 전지의 크기와 무게를 엄청나게 줄일 수 있다. 그뿐 아니다. 생체조직과 흡사하게 만든 인공단백질로 나노섬유를 만들면 상처가 아물면서 바로 몸 속으로 흡수되는 붕대나 인조피부도 만들 수 있다 



그런데 이 나노섬유가 위조 방지용 소재로 연구가 되고 있어 더욱 주목 받고 있다.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교(NCSU)의 섬유화학과 조교수인 주안 하인스트로자(Juan Hinestroza) 박사와 푸에르토리코 대학교 화학공학과 조교수인 카를로스 히나우디(Carlos Rinaldi) 박사는 최근 의복이나 종이 문서 안에 들어가서 그 의복이나 문서가 진짜인지 여부를 증명하는 ‘지문’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새로운 나노 섬유를 만들었다. 고성능 현미경으로 보면 이것은 마치 로스웰(Roswell, N.M.)이나 ‘X-파일’에 나오는 에일리언처럼 보이기 때문에 일명 ‘에일리언 나노섬유’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위조방지에 탁월한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하인스트로자-카를로스 히나우디 박사팀이 만들어낸 나노섬유는 직경이 약 150나노 미터인데 제품이 진짜임을 증명할 수 있는 전기적, 자기적 또는 광학적 서명이 들어 있도록 디자인 되었다. 물론 사용자들은 서명을 찾는 장치를 이용해 각 섬유의 특정한 서명을 스캔하거나 판독해 쉽게 제품의 진위 여부를 밝힐 수 있다. 살아있는 세포보다도 작아 맨눈에는 볼 수도 없지만, 그 섬유 속에 있는 나노 입자들의 위치, 빈도 및 분포, 그리고 서명을 제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기 때문이다. 



이들 연구팀의 연구가 ‘위조 방지용’으로 주목을 받는 보다 현실적인 이유는 생산공정이 비교적 간단하다는 점 때문이다. 하인스트로자 박사는 “나노섬유를 포함하도록 하기 위해 제조사의 제품 생산 방식을 바꿀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통상 보통 섬유는 가래떡을 뽑아내듯이 0.12~0.2㎜ 크기의 구멍들 속으로 섬유원료를 밀어넣고 높은 압력을 가해 긴 실을 만들어낸다. 



반면 나노섬유는 고압 대신 작은 나노입자를 함유하는 물염기 폴리머 용액에 전기장을 가해 뽑아낸다. 이러한 방식은 1930년대부터 사용되고 있는데, 이를 전자방사(electrospinning)방식이라고 한다. 원료인 고분자물질에 고전압 전기장을 걸면, 원료물질 내부에서 전기적 반발력이 생겨 분자들이 뭉치고 나노 크기의 실 형태로 갈라지면서 공기를 통해 채찍처럼 움직이는 불안정한 분출(즉 용액과 나노입자들의 좁은 흐름)이 만들어진다. 용매가 증발하는 동안 나노 입자들이 이러한 채찍질 운동으로 분출되면서 10~1,000 나노 미터의 가늘기로 실이 뽑아지는 것이다. 이렇게 뽑은 실은 일일이 짤 필요가 없이 단지 모으기만 하면 서로 얽히면서 천이 된다. 



그러나 이들 연구팀이 만들어낸 나노섬유가 만들어낼 미래는 환상적이다. 

여권,주민등록증 등 신분증에 첨가하면 본인여부를 손쉽게 밝혀 낼 수 있다. 화폐에 적용한다면 위조 화폐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일도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유명 브랜드 의류의 ‘짝퉁’ 여부를 쉽게 판별할 수 있게 만들 것이다. (글: 유상연 ?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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