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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서울보다 미세먼지가 더 많은 청정지역 백령도

백령도는 가장 서쪽에 있는 섬으로서 현재는 미세먼지 관측과 예보에 매우 중요한 섬이 되었다.


매일경제 MBN 뉴스] 미국의 연이은 대북 경고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기자는 지난 13일 인천항에서 배로 4시간여 떨어진 서해 최북단 백령도에 다다랐다. 


북한이 도발한다면 타격 1순위가 될 최전선으로 들어가면서도 연일 미세먼지로 신음하고 있는 서울 도심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기대가 더 컸다. 


바다만큼 푸른 하늘과 맑은 공기를 기대하며 육지에 발을 내딛는 순간 기대는 물거품이 됐다. 정오를 조금 넘긴 시점에 선착장에 내려 바라본 백령도의 회색빛 하늘은 기자에게 전혀 낯선 풍경이 아니었다.


환경부의 미세먼지 측정 홈페이지에 접속해보니 이날 오후 12시 기준 백령도의 초미세먼지(PM 2.5) 농도는 35㎍/㎥로 같은 시각 서울시 25개 자치구의 도시대기 측정소 중 가장 높은 수치(26㎍/㎥)를 기록한 은평구보다도 훨씬 높았다. 


선착장에서 차를 타고 북서쪽으로 15분가량 이동하자 흰색 돔 모양의 백령도 기상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인근에 위치한 국립환경과학원 백령도 대기오염집중측정소에서는 실시간 초미세먼지 농도 측정과 성분 분석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백령도는 북한과 맞닿아 있어 군사적 요충지로 알려져 있지만 기상 관측과 감시의 핵심 지역이기도 하다. 바람이 대체로 서쪽에서 동쪽으로 부는 편서풍 성향이 강한 우리나라는 서해 날씨 관측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정태진 백령도 기상관측소장은 "편서풍이 불 경우 백령도 공기는 대략 4~5시간 뒤에 서울에 도착하므로 서쪽으로부터 접근하는 비구름 등 기상현상을 조기에 감시해 수도권 등 중부지방의 기상재해를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군사적 요충지뿐 아니라 기상예보 최전선이던 백령도가 요즘 들어 더 주목받고 있는 건 바로 중국발 미세먼지 때문이다. 이민도 백령도 대기오염집중측정소장은 "어쩌다 보니 여기가 미세먼지 관측병 역할을 하게 됐다"며 "북서풍이 분다는 가정하에 백령도에서 관측되는 초미세먼지는 4~6시간 후 서울에 도달한다"고 설명했다. 미세먼지에 민감한 서울 시민들은 매일 아침 백령도 초미세먼지 수치를 확인하고 있을 정도다. 


최진영 백령도 대기오염집중측정소 연구사는 "고작 인구 5000명의 백령도는 자체적으로 유발되는 오염원이 거의 없다"며 "이곳에 미세먼지 현상이 시간이 지날수록 심해진다는 것은 결국 중국 영향이라는 얘기"라고 말했다. 


이날 편서풍이 오후 들어 더 강해지면서 대기질 상황은 더 나빠졌다. 산꼭대기에 위치한 백령도 기상대에서 바다를 내려다봤지만 짙게 낀 미세먼지로 인해 수평선조차 분간하기 어려웠다. 백령도 토박이인 주민 손동일 씨(75)는 "서해5도 중 하나인 백령도가 청정 섬지역이라는 건 이젠 옛말"이라며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북한 땅 나뭇가지도 보일 정도로 시야가 유리처럼 선명했지만 이제는 그런 날이 손에 꼽을 정도"라고 혀를 찼다. 


개인택시를 운영하는 김 모씨(70)는 "예전에는 차를 닦을 때 걸레가 노래졌다면 지금은 연탄을 닦는 것처럼 걸레가 새카매진다"면서 "백령도가 북한 접경지대라고 하지만 이제는 북한보다 중국발 미세먼지가 더 겁난다"고 꼬집었다.


사진설명13일 짙게 낀 초미세먼지로 인해 대기가 맑은 날에는 육안으로 확인이 가능한

 북한 땅이 보이지 않고 수평선마저도 분간하기 어렵다. [양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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