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좋은글

움켜 쥐려고만 하시는가?

들여 마신 숨 내뱉지 못하면 

그게 바로 죽는 것이지..

(西山大師 詩碑중에서)



이보게, 친구!

살아 있다는 게 무언가? 


숨 한번 들여 마시고 

마신 숨 다시 뱉어내고

가졌다 버렸다 

버렸다 가졌다. 

그게 바로 살아 있다는 

증표(證票) 아니던가? 


그러다 어느 한 순간(瞬間)

들여 마신 숨 내뱉지 못하면

그게 바로 죽는 것이지. 



어느 누가

그 값을 내라고도 하지 않는 

공기(空氣) 한 모금도 

가졌던 것 버릴 줄 모르면 

그게 곧 저승 가는 것인 줄 

뻔히 알면서 어찌 그렇게 

이것도 내 것 저것도 내 것, 

모두 다 내 것인 양 

움켜 쥐려고만 하시는가? 


아무리 많이 가졌어도 

저승길 가는 데는 

티끌 하나도 

못 가지고 가는 法이리니 

쓸만큼 쓰고 남은 것은 

버릴 줄도 아시게나 


자네가 움켜쥔게 

왠만큼 되거들랑 

자네보다 더 아쉬운 사람에게 

자네 것 좀 나눠주고 

그들의 마음 밭에 

자네 추억(追憶) 씨앗 뿌려 

사람 사람 마음 속에 

향기(香氣)로운 꽃 피우면 

천국(天國)이 따로 없네, 

극락(極樂)이 따로 없다네. 


生也一片浮雲起 

死也一片浮雲滅 

생야일편부운기 

사야일편부운멸 


浮雲自體本無實 

生死去來亦如然 

부운자체본무실 

생사거래역여연 


生이란 한 조각 

뜬 구름이 일어 남이요, 

죽음이란 한 조각 

뜬 구름이 스러짐이라. 


뜬 구름 자체(自體)가 본래 

실체(實體)가 없는 것이니 

나고 죽고 오고 감이 

역시 그와 같다네. 


千가지 계획(計劃)과 

萬가지 생각(生覺)이 

불타는 화로(火爐) 위의 

한 점 눈(雪)이로다 


논갈이 소가 물위로 걸어가니 

대지(大地)와 허공(虛空)이 

갈라 지는구나. 



삶이란 한 조각 

구름이 일어남이오 

죽음이란 한 조각 

구름이 스러짐이다 


구름은 본시 실체가 없는 것 

죽고 살고 오고 감이 

모두 그와 같도다. 


묘향산(妙香山) 원적암에서 

침거(蟄居)하시며

많은 弟子를 가르치던 西山大師께서

85歲의 나이로 運命하시기 직전 

위와 같은 詩를 읊고 나시어 

많은 弟子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가부좌를 하시고 앉아 

잠든 듯 入籍 하셨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