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양과장! 결재서류가 이게 뭔가?”
“부장님! 무슨 문제가 있나요?”
“이 뒷장에 써있는 건 뭐야?”
“아~그거요? 종이를 좀 아껴보자는 차원에서 이면지를 사용해 봤습니다.”
“뜬금없이 그게 무슨 소리야? 갑자기 이면지 사용이라니?”
“그게 말입니다. 주말에 아들 녀석을 데리고 전주에 있는 종이박물관에 다녀왔거든요. 가서 종이에 대해 공부도 하고, 종이를 직접 만들어보기도 하니까 종이를 아껴야겠다는 생각이 절실해지더라고요.”
“종이박물관이라는 곳도 있어?”
“네! 저도 몰랐는데, 그런 곳이 있더라고요. 종이의 역사나 만드는 방법 같은 것도 볼 수 있고, 직접 만들어 볼 수도 있어요. 종이를 한 번 만들어봤더니 별거 아니던데요. 집에서도 만들 수 있어요.”
“집에서도?”
“네. 제가 알려드릴 테니까 집에 가셔서 아이들한테 보여주세요. 무척 재밌어 할 걸요.”
[실험방법]
1. 준비물 : 신문지, 믹서, 물, 녹말가루 조금, 깊이 있는 그릇, 체(철망), 가제수건, 다리미
2. 신문지를 잘게 찢어 믹서에 절반정도 차도록 담고, 2/3정도까지 미지근한 물을 넣는다. 종이를 질기게 하기 위해서 녹말가루를 작은 술로 2스푼 넣는다.
3. 믹서로 종이를 잘게 부숴 곤죽을 만든다. (믹서가 없을 경우 종이를 물에 불린 후 거품기로 휘저어 잘게 부순다.)
4. 큰 그릇에 신문지의 약 10배 정도의 물을 넣고 만들어진 곤죽을 붓는다. 펄프가 너무 진하지 않게 적당한 농도로 만들고, 섬유질이 아래쪽에 가라앉지 않도록 숟가락으로 잘 휘저어 준다.
5. 체(철망)를 그릇에 담가 아래위로 천천히 움직여 얇고 고르게 곤죽을 담는다. 체(철망)를 약간 기울여 물기를 뺀다.
6. 여러 장의 신문지를 깔고, 가제수건을 올려놓고, 체를 뒤집어 종이곤죽을 빼낸다.
7. 곤죽 위에는 깨끗한 종이(또는 가제수건), 신문지를 올려놓고 다림질을 한다. 신문지가 젖으면 새 신문지로 교체한다. 종이가 마르는 동안 만지거나 흐트러지지 않게 주의한다.
8. 다림질이 끝나면 필요한 크기만큼 잘라내 용도에 맞게 꾸민다.
“어때요? 쉽죠? 종이 만드는 공정을 간단히 하면 4가지로 나눠져요. 첫 번째가 ‘고해(叩解)’라고 해서 종이원료를 두들겨서 부드럽게 하는거죠. 믹서기로 잘게 부수는 것이 같은 맥락이라고 보시면 되요. 두 번째가 ‘제작(制作)’인데요, 만들어질 종이의 형태를 잡아주는 거죠. 체로 건져서 신문지 위에 놓을 때 만들고 싶은 모양으로 잘 잡아줘야 해요. 세 번째는 종이가 평평해 지도록 눌러주는 ‘압착(壓搾)’이고, 네 번째는 ‘건조(乾燥)’시키는 거예요. 다리미로 다리는 게 이 세 번째 네 번째 공정을 같이 하는 거라고 보면 되죠. 그런데 신문지를 사용하면 종이 질이 거칠고 색도 좀 어두운 종이가 되더라고요. 우유팩을 사용하면 좀 더 하얗고 깨끗한 종이가 되고요.”
“사용하는 종이 종류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말리는 걸 잘 해야 되겠군.”
“네. 종이곤죽을 얇고 고르게 잘 펴서 얼마나 잘 말리느냐가 제일 중요해요. 옛날에 한지도 이런 방법으로 만들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 우리 조상들은 참 지혜로웠던 것 같아.”
“그렇죠? 어쨌든 우리가 폐지를 회수해서 재생종이 1톤을 만들면 30년 된 나무 17그루와 물 238톤, 전기 4200kw/h를 아낄 수 있대요. 높이 15m 정도 되는 20년 된 나무 한그루가 1년에 이산화탄소 334g, 아황산가스 130g을 흡수한다고 하는데, 그렇게 따져보면 환경보호에 크게 이바지하는 거죠.”
“이야~ 종이박물관에 한 번 다녀오더니 박사가 다 됐군 그래. 그런데 종이는 이렇게 계속 재생해서 쓸 수가 있는 건가?”
“그건 아니에요. 종이란 게 섬유질을 추출해서 넓게 펴고 압축해서 만든 건데, 그 과정을 여러 번 반복하다보면 종이의 섬유질이 잘라져서 아무래도 계속 재생해 사용하기는 어렵죠. 우리나라에서 매년 수백억 원을 들여서 백만 톤이 넘는 폐지를 외국에서 수입한다는데, 어떤 식으로든 종이 재활용률을 더 높여야죠. 그래서 제가 생각한 게 이면지활용 아닙니까.”
“듣고 보니 그렇긴 한데 말이야. 아무리 그래도 결재서류에 이면지를 쓰는 건 좀 그렇지 않겠어? 어서 가서 다시 작성해 와!”
“아, 알겠습니다!” (글 : 과학향기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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